흘러간 명작 이야기

Max Payne


맥스 페인, 제목의 발음 때문에 한 번 빠져들면 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의 만땅 폐인, 가득 폐인, 끝까지 폐인 등의 농담이 유행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TPS계의 명작이다. 이 게임이 출시된 연도가 2001년이니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특유의 연출과 분위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이 남은 게임이랄까. 특히나 오늘처럼 비도 오고 어쩐지 외로워지면 오래 전 추억이나 물건 같은 것들이 더 생각날 때가 있다.

맥스 페인이 출시되었던 무렵, 나는 컴퓨터와 게임이 취미인 아저씨(?)들이 많았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어느 날 커뮤니티 회원들이 대박 명작이 출시되었다며 매일 이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하며 플레이를 해보니, 단숨에 명작임을 알 수 있었다.
게임 내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 베레타, 샷건 같은 다양한 총기와 수류탄, 야구 방망이 같은 무기며 갱단, 경찰, 특수 요원 등 그 전까지는 결코 느껴볼 수 없었던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가 있었다. 각 인물마다 특색있는 성우를 기용해서 몰입감도 상당히 있었고, 총기를 발사하거나 맞췄을 때의 타격감도 상당했다.


이 게임하면 떠오로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릿 타임이다. 총알을 발사하는 동안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게 하는 연출 기법인데, 사실 맥스 페인이 출시되기 전에 영화 매트릭스가 불릿 타임 특수 효과를 사용하여 한 동안 화제였었다. 게임 쪽에서는 (아마 거의 최초로) 맥스 페인이 불릿 타임으로 유명했는데, 개발 초기에는 불릿 타임이 없었다가, 매트릭스를 참고해서 도입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총기를 주무기로 하는데다 TPS 장르였기 때문에 맥스 페인과 불릿 타임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불릿 타임 자체가 사기성 아이템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무한으로 불릿 타임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모드나 트레이너 같은 것들을 만들기도 했다. 맥스 페인에서 불릿 타임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특정 방향으로 몸을 날려 그 날아가는 동안만 시간이 느려지는 경우, 불릿 타임 게이지가 모두 소모될 동안 시간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다. 어쨌든, 불릿 타임 때문인지 난이도는 꽤 있는 편이라 평상 시 게임 속도로는 적들이 많이 출몰하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그 때쯤이면 좋은 총기를 많이 얻었을 것이긴 하지만)


불릿 타임 게이지 옆에는 맥스의 실루엣으로 그려진 체력 게이지가 있는데, 적의 총격에 당하면 점점 붉은 피로 채워지고 꽉 차면 죽게 된다. 체력 회복은 맵 곳곳에 있는 진통제(Painkiller)를 습득하여 소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되는데, 부작용도 있어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면 체력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약도 과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일지도…


스토리는 상당히 탄탄한 편이었는데, 주인공 맥스가 처한 상황, 시종일관 어두운 게임 분위기는 느와르 영화 그 자체였다. 중간 중간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도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에 한 몫 했다. 특히 무기 중에 쌍권총을 사용할 수 있어서, 영웅본색 같은 80년대 홍콩 느와르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적 캐릭터들도 상당히 다양했는데, 특히나 잘 짜여진 스토리 덕분이었을지는 몰라도 이 게임은 중간 보스가 많았다. 중간 보스는 평상 시 맵에 출몰하는 적들보다 월등히 강하고 무엇보다 강력한 총기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순간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다행히도 끔살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1회차에서나 그렇고 모든 것을 다 파악한 2회차부터는 그리 어렵진 않다. 그리고 각 보스들이 스토리에 꽤나 비중을 차지하기에 (스토리 이해를 하고 있다면) 몰입감도 상당히 큰 편이다.


뒷골목, 지하철, 술집, 주차장 등 게임 맵도 상당히 다양하고, 각 맵의 디자인도 음울한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게임 자체에서 제공하는 엄폐 기능(예를 들면 기어스 오브 워 같은)은 없기 때문에, 주변의 박스나 물체,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서 방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들이 물체 사이에 숨어서 사격을 한다거나, 꺾인 골목에서는 닥돌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맥스 페인에서 아쉬운 점은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진 않다는 것, 2회차 특전이 없는 것, 멀티 플레이 부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글화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80년대의 느와르 분위기가 가끔 그리운, '남자'라면 꼭 해봐야 할 명작임이 분명하다.

후속작에 대해…

The Fall of Max Payne (맥스 페인 2)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2편도 출시되었는데, 하복 물리 엔진 도입 등으로 물체의 튕김이나 파편 처리, 총격 시의 인체 충격 등 게임의 일부 시스템 변화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1편에 비해 큰 발전은 없었다. 스토리를 마무리짓는 후속작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듯 하다.

Max Payne 3

후속작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오랜 시간이 흐른 2012년, 맥스 페인 3편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구입을 하지 않았다.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니 이전작들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어쩌면 3편은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ps

기억에 의지하며 쓰는 것이라,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맥스 페인 1과 2를 헷갈려서 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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