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너는 누구냐


캡콤의 명작 바이오하자드(이하 바하) 시리즈의 신작이 내년 초 출시 예정이다. 바하 1편을 시작으로 시리즈는 무려 20년이나 이어져 왔다. 그동안 매 시리즈마다 바하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는데, 이번 7편의 변화는 이전 시리즈에서의 변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장르가 바뀔 태세다. 초창기 바하 팬으로서 이번 신작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모두 들고 있는데, 그 동안 공개된 내용만을 놓고 볼 때는 아쉽게도 걱정이 더 앞서고 있다.

바이오하자드 1 - 여기에서 깜놀하지 않은 게이머는 없을 것이다.


바하7의 제작진이 그동안 일관되게 알린 문구는 ‘공포로의 회귀’였다. 아마 4~6편부터 바하 시리즈를 접한 뒷세대 팬들이라면 “바하 시리즈는 대놓고 좀비 무쌍 게임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바하 1편부터 즐겨온 구세대 게이머들이라면 알겠지만, 바하 1편은 공포 어드벤처에 더 가까웠다. 처음으로 좀비와 마주칠 때의 카메라 연출, 갑작스레 등장하여 수많은 게이머를 놀래킨 좀비견, 그리고 좁은 공간을 날아다니던 까마귀 떼와 각종 함정까지, 바하 1편은 시대를 풍미한 몇 안 되는 명작 공포 게임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 늘 그렇듯이 한 번 경험한 공포는 점점 익숙해지고 계속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강력한 무기와 탄환을 얻어갈수록, 그리고 한 회차를 끝낼수록, 점점 액션 게임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마다 고정된 시점과 다소 불편한 캐릭터 조작,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와 어쩐지 B급 감성 충만한 연출로 인해 적어도 1회차에서 만큼은 충분히 긴장과 공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비록 퇴색되기는 했지만 3편까지는 그럭저럭 이어지다가, 4편에서 드디어 본격 액션 김레온의 좀비 무쌍으로 변화하게 된다.

바이오하자드 4 - 아, 로켓런처!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많은 클래식 팬들이 변화된 4편을 비판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바하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3편까지 이어져 오던 시리즈의 공포 코드는 이미 다수의 팬들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었다. 사실 3편까지 바하는 그렇게 크게 바뀌거나 개선되지도 않았다. 바하 시리즈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했고 그렇게 결정된 변화 노선은 본격 액션 게임이었다. 어차피 공포가 먹히지 않는다면 액션이라도 화끈하게 가자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
그 결과는 새로운 팬층의 유입으로 증명되었다. 판매량이 늘어나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국내 팬들도 바하 4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바하 1~3편은 플레이스테이션 (PS1) 타이틀로 출시되었는데, 이 때 당시 국내에서는 PS1이 판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클래식 팬들은 대부분 일본 내수 기기를 어렵게 구해 즐기던 소수의 게임 매니아들이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바하 4편이 닌텐도의 게임큐브로 출시되었다. 아마 큐브 독점 타이틀이었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곧이어 PS2로도 출시가 되었고, 이 때는 국내에서 PS2도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바하 4는 이전작들과 달리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PC로도 출시되면서, 수많은 어둠의 능력자들에게 마개조(?)를 당하면서, 더욱 많은 팬을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이 때부터 바하는 액션 위주로 게임이 흘러가게 되어, 아쉽지만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후속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리즈의 방향성이 바뀌어 후속작들이 나오고 세월도 흐르고 바하 시리즈도 잊혀질 때쯤 마침내 7편에 대한 소식이 하나 둘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하 7편의 영상과 데모가 공개되고 제작진도 7편에 대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는데, 제작진들은 의외로 ‘공포로의 회귀’를 들고 나타났다.

최근까지 공개된 바하 7에서, 바하의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데모 버전을 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거 정말 바하 맞나?’였다. 물론 바하7이 바하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인칭으로 변화된 시점, (데모 버전이라 그렇겠지만) 총기나 무기없이 도망만 다니는 무기력한 플레이어를 보면서 이전 시리즈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는 느낌이었다. 시리즈 전반에 등장하던 좀비나 생물병기는 전혀 볼 수 없었고, 웬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이 출연하고 있었다. 흔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되는 최신 시리즈가 이전작과의 연결 고리는 거의 볼 수 없다는 사실과, 흔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는 건 불안한 부분이었다.

바이오하자드 7 데모 - 극강의 그래픽


반면 제작진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새로운 게임 엔진으로 인해, 게임의 그래픽은 크게 발전했고, 디테일은 훌륭했으며, 나름 신경 쓴듯한 분위기 묘사는 상당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흔하디 흔한 것일지라도) 영화와 같은 분위기와 연출은 1인칭 시점과 맞물려 매우 잘 어울렸다. 특히 비디오 테이프 연출은 어느 정도 기대감도 들게 했다. 게임 안에서 비디오를 시청하면 그 비디오가 녹화되던 과거로 돌아가 진행하고 그것이 현재의 시점에 영향을 준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은 시도였다.


바이오하자드 7 데모 - 철조망과 지저분한 저택... 뭐? 이건 사일런트 힐이잖아!


그러나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은 많은 이들이 말하듯 최근의 공포 게임인 암네시아, 사일런트 힐,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아웃라스트를 따라가는 듯 했다. 무기력한 플레이어, 적들로부터의 숨기와 탈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퍼즐 풀기, 비밀의 발견… 이것들은 이미 다른 게임에서 익숙하게 접해왔던 것들이다. 바하 7에서 과연 이 정도의 변화가 기존 바하 팬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팬층을 형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새롭고 혁신적인 시스템이나 게임성 같은 것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전 시리즈의 인기 요소였던 동료 시스템이나 코옵 모드도 제외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로의 회귀’가 올바른 방향일지는 의문이 든다. 공포라는 장르의 특성상 한계는 명확하다. 1회차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바하 7이 조금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출시가 되지 않고, 겨우 데모 버전에서 보여진 수준으로 정식 출시가 된다면… 그 때도 바하 팬들은 여전히 바하의 팬이 될 수 있을까? 공포 요소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1편으로의 회귀’라는 문구를 걸고 개발을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바하 1편은 최근작들과 달리 공포 어드벤처에 가까운 게임이었고, 바하 1편의 컨셉, 배경으로부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공포만을 강요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실망이 조금 더 클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그런 게임들은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다.

바이오하자드 20주년 - 바하 1편을 즐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전이라고? 앗, 그럼 내 나이가... 'o';


그렇지만 바하 시리즈가 변화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4~6편에서 보여준 액션은 오랜 시간이 흐르며 진부해진 부분이 있고, 이제는 보다 새롭고 참신한 것이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바하 시리즈를 탄생시킨 캡콤이 비록 우려먹기의 대표 주자로 악명이 높지만, 새로운 우려먹기 시리즈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실험을 하는 제작사인 것을 팬들은 잘 알고 있다. 바하 시리즈가 이어져 온지 벌써 20년 째이고, 시리즈의 스토리도 시스템도 새로울 것 없이 바닥이 나 있는 상태에서 최근작들은 이전작들에 비해 판매량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바하 7이 위기에 몰려있는 시리즈의 부활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무덤에 끌고 들어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더 새롭고 혁신적인 내용이 들어가고 그에 따른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져야만 바하 시리즈가 부활할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제작진의 고민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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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se VS. Monsters



스크린샷이나 관련 이미지만 보면 마치 RPG인 것 같지만, 이 게임은 RPG보다는 워크래프트에 더 근접해 있는 느낌이다. 경험치, 레벨, 장비, 직업 등 RPG의 요소를 두루 갖춘 전략 게임이랄까. 영웅을 터치하여 특정 지점으로 이동시키거나 공격하는 등 액션의 느낌이 워크래프트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다.

게임의 진행

게임의 장면은 크게 필드, 전투, 인벤토리와 상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드에는 목표 지점이 표시되어 있고, 화면을 터치하여 이동을 하게 된다. 화면에 표시는 되지 않지만 이동 중에 적들을 만나게 되면 (Final Fantasy처럼) 전투 화면으로 전환된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나게 되면 경험치와 돈을 받아 다시 필드로 빠져나오고,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보스와의 전투가 시작된다. 보스 전에서 승리하면 가려져 있던 새로운 필드가 나타나고, 그곳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수록 적들은 점점 강해진다.

영웅의 육성

영웅은 크게 근접형, 원거리형, 회복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근접형의 대표적인 직업에는 전사가 있고, 원거리형으로는 궁수나 마법사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복형으로는 사제가 있다. 각 직업마다 스킬 트리가 있어서 하나의 직업을 여러 방식으로 육성해 볼 수 있다. 전사만 하더라도 공격을 강화한 투핸드소드 타입 또는 쌍수 타입으로 키운다거나, 방어를 강화한 검방전사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스킬 트리를 완성해 나갈수록 사용 가능한 스킬이 늘어나지만, 각 스킬에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어서 아무 때나 사용하면 전투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적재적소에서 각 영웅의 스킬을 사용해야 전투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장비 아이템

각 직업별 부위별 수많은 장비가 있다. 적들이 간혹 떨어뜨리는 것도 있지만 상점 아이템이 대체적으로 성능이 좋다. 하지만 좀 쓸만한 장비다 싶으면 상당히 비싼 편이라 전투 노가다가 필요하다. 그게 싫다면 현질(?)을 해야 한다.

장비는 등급이 있는데,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색깔로 구분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회색은 잡템, 흰색은 보통, 녹색은 희귀, 파란색은 레어, 이런 식이다.



전투 방식

전투 화면은 사이드 뷰 시점으로 되어 있다. 영웅의 이동은 특정 지점을 터치하면 그곳으로 영웅이 이동을 하게 되고, 영웅이 이동 중에 적을 만나면 공격한다. 또는, 적을 직접 터치하여 이동과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원거리 영웅은 공격 거리가 허용되는 거리 내에서는 이동하지 않고 공격하게 된다. 등장하는 모든 적을 전멸시키면 한 번의 전투가 종료된다.
전투에서는 마치 실시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상황 판단과 적절한 스킬 사용이 필수적이다. 한 번의 전투는 몇 차례의 웨이브로 구성되어 있는데, 웨이브 한 번당 1~5명 정도의 적들이 돌격해 온다. 미약하게나마 어그로(위협 수준)의 개념이 있어서, 몸빵이 잘 안 되는 원거리형 영웅이나 죽기 직전의 영웅에게 들러붙은 적을 전사가 도발하여 떼어오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몰려오는 적들의 직업도 점점 다양해져서 빠른 상황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사와 궁수, 마법사가 한 조가 되어 근접+원거리 짬뽕 공격을 해 올 경우, 극딜로 적들을 차례차례 녹여 버리거나, 전사가 빨리 원거리 적에게 달려가서 도발로 떼어내거나, 궁수가 뿌리 묶기로 접근하는 적을 행동 불능 상태로 빠뜨린 후 원거리 적들을 먼저 처리할 수도 있다. 즉, 다양한 직업과 스킬 트리가 조합되어 전투에서 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 있다.



한 줄 요약

나름 깔끔한 그래픽, 심플하지만 몰입도 높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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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대 좀비

Plants VS. Zombies



일명 식좀.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된 후 이런저런 커뮤니티마다 쩌는 중독성으로 소개가 되면서 크게 히트한 게임이다. 디펜스 장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게임이 되기도 했는데, 나 역시 식좀 이전에는 디펜스 장르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 혹자는 이미 "스타크래프트나 워3 유즈맵으로 디펜스 장르가 확립되었다"라고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유즈맵일 뿐이고, 디펜스란 장르로 정식 타이틀이 붙은 게임은 없었다. 이 글은 어떤 게임이 디펜스 장르의 시초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글은 아니니 일단은 패스. 

어쨌든 식좀하면 디펜스, 디펜스하면 식좀이 떠오른다라고 말할만큼 대표적인 디펜스 계의 명작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이 얼마나 임팩트가 강하고 대단했는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힐스브래드 구릉지 쪽 퀘스트로도 나왔다.) 게임 개발자의 관점에서도 한 번쯤은 꼭 해 봐야 하는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게임 내용은 캐주얼 게임답게 초간단하다.

  1. 태양 에너지(돈)를 모은다.
  2. 에너지로 식물을 구입(?)하여 맵에 배치한다.
  3. 식물이 몰려드는 좀비를 물리치는 것을 구경한다.
  4. 좀비가 방어선을 뚫게 되면 (집의 담장을 허물면) 게임 오버.


써 놓고 보니 게임 내용이 꽤나 단순하지만, 디테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단 좀비의 종류도 다양하고, 집을 방어할 수 있는 식물도 한 가지가 아니라 수십 종이다.


식물은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태양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바라기, 둘째는 좀비를 공격하는 콩알탄을 발사하는 공격 담당, 셋째는 감자처럼 닥돌하는 좀비를 일시적으로 방어하는 방어 담당 식물이다.


플레이어는 이 세가지 식물 중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를 빠른 시간 내에 판단하여, 태양 에너지를 모으면서 식물의 구입과 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좀비가 점점 증가하여 방어선을 뚫게 되고 결국 게임 오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물의 구입과 배치가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해 보면 꽤 까다롭다. 태양 에너지가 있어야 공격 담당이든 방어 담당이든 식물을 구입할 수 있는데, 에너지를 모으려면 해바라기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게임 시작 얼마 후에 좀비가 한 마리 달려들고… 공격을 해야 할지, 해바라기를 심을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좀비의 초반 러쉬(?)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공격 능력이 전혀 없고 좀비에게 몇 대 맞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집(담장)에 가깝게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웨이브(좀비 한 무리가 한 번 쳐들어오는 상황)가 진행될수록 좀비의 수가 더 많이 증가하는데다, 점프하거나 폭발하는 등 특수한 능력을 가진 좀비들도 생기기 때문에 각 식물의 배치에 상당히 머리를 써야 한다.


밸런스가 꽤 잡혀 있어서인지 게임 시작 전에 룰을 어느 정도 숙지했더라도, 실제로 해 보면 에너지를 모으면서 방어를 하는 것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 나갈수록) 점점 어려워 진다. 어느 정도의 경험을 통해서 적들의 공격 간격을 예측하며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야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독특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좀비, 그리고 절묘한 밸런스가 중독성까지 부여하는 이 게임은 명작이라고 충분히 부를만 하다. 디펜스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해 볼 정도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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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명작 이야기

Max Payne


맥스 페인, 제목의 발음 때문에 한 번 빠져들면 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의 만땅 폐인, 가득 폐인, 끝까지 폐인 등의 농담이 유행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TPS계의 명작이다. 이 게임이 출시된 연도가 2001년이니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특유의 연출과 분위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이 남은 게임이랄까. 특히나 오늘처럼 비도 오고 어쩐지 외로워지면 오래 전 추억이나 물건 같은 것들이 더 생각날 때가 있다.

맥스 페인이 출시되었던 무렵, 나는 컴퓨터와 게임이 취미인 아저씨(?)들이 많았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어느 날 커뮤니티 회원들이 대박 명작이 출시되었다며 매일 이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하며 플레이를 해보니, 단숨에 명작임을 알 수 있었다.
게임 내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 베레타, 샷건 같은 다양한 총기와 수류탄, 야구 방망이 같은 무기며 갱단, 경찰, 특수 요원 등 그 전까지는 결코 느껴볼 수 없었던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가 있었다. 각 인물마다 특색있는 성우를 기용해서 몰입감도 상당히 있었고, 총기를 발사하거나 맞췄을 때의 타격감도 상당했다.


이 게임하면 떠오로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릿 타임이다. 총알을 발사하는 동안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게 하는 연출 기법인데, 사실 맥스 페인이 출시되기 전에 영화 매트릭스가 불릿 타임 특수 효과를 사용하여 한 동안 화제였었다. 게임 쪽에서는 (아마 거의 최초로) 맥스 페인이 불릿 타임으로 유명했는데, 개발 초기에는 불릿 타임이 없었다가, 매트릭스를 참고해서 도입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총기를 주무기로 하는데다 TPS 장르였기 때문에 맥스 페인과 불릿 타임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불릿 타임 자체가 사기성 아이템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무한으로 불릿 타임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모드나 트레이너 같은 것들을 만들기도 했다. 맥스 페인에서 불릿 타임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특정 방향으로 몸을 날려 그 날아가는 동안만 시간이 느려지는 경우, 불릿 타임 게이지가 모두 소모될 동안 시간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다. 어쨌든, 불릿 타임 때문인지 난이도는 꽤 있는 편이라 평상 시 게임 속도로는 적들이 많이 출몰하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그 때쯤이면 좋은 총기를 많이 얻었을 것이긴 하지만)


불릿 타임 게이지 옆에는 맥스의 실루엣으로 그려진 체력 게이지가 있는데, 적의 총격에 당하면 점점 붉은 피로 채워지고 꽉 차면 죽게 된다. 체력 회복은 맵 곳곳에 있는 진통제(Painkiller)를 습득하여 소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되는데, 부작용도 있어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면 체력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약도 과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일지도…


스토리는 상당히 탄탄한 편이었는데, 주인공 맥스가 처한 상황, 시종일관 어두운 게임 분위기는 느와르 영화 그 자체였다. 중간 중간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도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에 한 몫 했다. 특히 무기 중에 쌍권총을 사용할 수 있어서, 영웅본색 같은 80년대 홍콩 느와르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적 캐릭터들도 상당히 다양했는데, 특히나 잘 짜여진 스토리 덕분이었을지는 몰라도 이 게임은 중간 보스가 많았다. 중간 보스는 평상 시 맵에 출몰하는 적들보다 월등히 강하고 무엇보다 강력한 총기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순간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다행히도 끔살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1회차에서나 그렇고 모든 것을 다 파악한 2회차부터는 그리 어렵진 않다. 그리고 각 보스들이 스토리에 꽤나 비중을 차지하기에 (스토리 이해를 하고 있다면) 몰입감도 상당히 큰 편이다.


뒷골목, 지하철, 술집, 주차장 등 게임 맵도 상당히 다양하고, 각 맵의 디자인도 음울한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게임 자체에서 제공하는 엄폐 기능(예를 들면 기어스 오브 워 같은)은 없기 때문에, 주변의 박스나 물체,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서 방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들이 물체 사이에 숨어서 사격을 한다거나, 꺾인 골목에서는 닥돌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맥스 페인에서 아쉬운 점은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진 않다는 것, 2회차 특전이 없는 것, 멀티 플레이 부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글화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80년대의 느와르 분위기가 가끔 그리운, '남자'라면 꼭 해봐야 할 명작임이 분명하다.

후속작에 대해…

The Fall of Max Payne (맥스 페인 2)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2편도 출시되었는데, 하복 물리 엔진 도입 등으로 물체의 튕김이나 파편 처리, 총격 시의 인체 충격 등 게임의 일부 시스템 변화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1편에 비해 큰 발전은 없었다. 스토리를 마무리짓는 후속작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듯 하다.

Max Payne 3

후속작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오랜 시간이 흐른 2012년, 맥스 페인 3편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구입을 하지 않았다.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니 이전작들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어쩌면 3편은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ps

기억에 의지하며 쓰는 것이라,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맥스 페인 1과 2를 헷갈려서 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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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ry Birds

아이폰에서는 국민 게임, 아니 전세계급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 오랫동안 앱스토어에서 1위를 지켰다. 새총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캐릭터와 맵 디자인을 무한하게 확장하여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픽은 만화에서 그대로 가져온듯한 가벼운 카툰풍으로 한 눈에 캐주얼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캐릭터나 맵 디자인, 게임성만큼은 독창적인데, 세 가지 종류의 새를 새총으로 날려 맵 곳곳에 배치된 돼지를 맞춰 처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맵은 나무 상자나 바위, 유리창 등 수많은 장애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빨간새는 평이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특정 물체를 한 개 정도 파괴할 수 있고, 노란새는 날아가는 도중 터치를 하면 강하하여 주로 목재로 된 물체를 2겹 정도 뚫을 수 있다. 파란새는 크기는 작으나, 날아가는 도중 터치하면 클론을 2마리 더 생성하고 주로 2~3겹의 유리 재질 물체를 파괴할 수 있다.
처치해야 할 돼지들은 처음엔 맨몸이지만, 나중에는 모자나 호박을 뒤집어 쓰고 있다거나 두터운 나무 판자 속에 들어가 있는 등, 새들의 박치기 공격을 갖가지 수로 방어하게 된다. 돼지를 직접 처치하는 것만으로는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으며, 맵 내의 물체들의 취약점을 노려 많이 파괴하면서 동시에 돼지를 처치해야 많은 점수를 얻는다. 새는 맵 마다 발사할 수 있는 개체 수가 3~5개 정도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발사하는 새를 최소한으로 하여 맵을 클리어하면 새를 한 마리당 1만점을 추가로 더 얻는다. 획득한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돼지 처치에 실패하면 다시 그 맵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진행하지 않은 맵은 잠겨 있지만 클리어할 때마다 해제되어 나중에는 모든 맵을 직접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
유료이지만 맛보기용 라이트 버전만 즐겨 보는 것도 괜찮다.


한 줄 소감: 등·하교길이나 출·퇴근 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Infinity Blade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화제가 된 게임. 그래서 그래픽만큼은 iOS 게임 중에서도 거의 최고를 자랑한다. 대신 그만큼 무겁고 사양(?)을 조금 타는 편. 아이폰 3GS에서는 무거운 편이고, 4 정도는 되어야 원활하다. 1~2시간이면 배터리가 모두 닳아 없어질 정도로 배터리 소모가 심해서, 들고 다니면서 즐기기엔 무리가 있고 전원 케이블을 연결 가능한 집, 카페 같은 장소에서나 해볼만 하다.
액션 게임이지만 캐릭터의 무빙은 정해진 루트를 따라서만 이동 가능하고, 게이머는 주로 비주얼을 감상하면서 간단한 조작으로 적과의 1:1 격투를 하게 된다.
적과의 전투는 크게 공격이나, 방어 동작으로 분류되는데 아이폰의 특성상 세밀한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에, 조작을 터치나 스와이프(긋기)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긁어야 하고 긁을 때마다 베기 동작을 하게 된다. 긁는 방향에 따라 베는 위치가 달라지는데, 아래에서 위로 긁으면 올려치기를 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긁으면 해당 방향으로 베기를 한다. 방어는 스크린 하단의 가상 버튼을 눌러 회피하거나,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식이다. 그 외에 적의 공격에 타이밍을 맞춰 공격하면 적의 무기를 튕겨낼 수도 있다.
액션 게임이지만 RPG 요소를 도입했는데,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 마법이 그것이다. 장비는 돈을 모아 구입하거나 맵 안에 보이는 상자를 터치하여 습득할 수 있다.
스토리는 언뜻 잘 짜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제자리 쳇바퀴 형식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2편은 전작과 거의 달라진 부분이 없어 약간 실망일 수도. 다만 간간히 나오는 업데이트가 후속작인 2편만 나오고 있어서 이제 와서 구입을 고려한다면 2편만 구입하는 것이 좋다. 1편을 안 해봤어도 스토리나 세계관 이해, 진행 등에서 아무 지장이 없다. (1편의 스토리가 정 궁금하면 구글링으로…)


한 줄 소감: 아이폰에서 최고의 그래픽과 액션을 보여주지만 아무 장소에서나 즐기기에는 어려운 게임.


Swordigo

생각없이 해봤다가 매우 감동을 받은 게임. RPG의 탈을 쓴 액션 게임인데,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2D의 시점이지만, 게임 자체는 귀여운 분위기의 심플한 3D로 구현되어 있어서 특정 맵에서는 지형 확대·축소가 되기도 한다.
RPG처럼 보이는 겉모습처럼 검과 마법, 갑옷 같은 아이템이 등장한다. 게이머는 주인공인 이름 없는 용자를 움직여 맵 곳곳을 탐색해야 하는데, 숨겨진 요소(라고 해봤자 상자 뿐이지만)가 매우 많다.
컨트롤은 화면 하단의 가상 패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조작이 불편하진 않은 편이지만 버튼의 크기가 크진 않은 편이라 가끔 컨트롤 미스가 생길 수 있다.
적들의 공격이 순간적으로 빠른 경우가 있어서, 간혹 세심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그리고 맵의 곳곳은 함정과 퍼즐로 되어 있고, 이것들을 풀어야 다음 마을이나 던전 진입이 가능하다. 퍼즐이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큰 편인데, 무빙·점프 컨트롤을 잘해야 통과 가능한 구간이 있어서 액션성에서는 꽤 뛰어난 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단 점프'와 '점프 중 무빙'이 구현되어 있어서, 액션과 퍼즐로 높아진 난이도를 어느 정도 절충했다. 만약 이런 요소가 없었다면 아이폰의 마계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BGM이나 효과음도 꽤 분위기에 맞게 흘러 나오고 모험하는 용자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스토리는 뻔한 용자 이야기이며, 2D 시점은 나름 참신하지만 퍼즐 요소 때문에 젤다의 전설 분위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게임 자체가 많진 않은 편이라 젤다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한 번 쯤 해 볼만한 수작이다.


한 줄 소감: 횡스크롤 시점으로 된 젤다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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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lder Scrolls V: Skyrim

그래픽·디자인 좋고, 스토리도 괜찮고, 플레이 타임 길고, 전투 시스템도 심플한 편이다.
사양이 조금 높은 편인데, 그래픽 카드가 좋으면 여러 가지 모드나 ENB 그래픽 패치로 더욱 향상된 그래픽을 볼 수도 있다.
최근 게임에 동양풍 캐릭터도 자주 나오는 것에 비해 주로 서양풍 캐릭터만 나오는 것은 단점이다. (흑형은 예외…)
직업 선택은 따로 없고, 스킬 트리를 찍어가면서 완성하는 타입. 다른 게임에서 보조 직업 정도로 여겨지던 대장장이나 연금술사를 주력 직업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할 경우는 본 게임 진행이 난감해질 수 있다. 스킬 여유만 된다면 마법검사, 도적법사 같은 것도 가능하다. 스토리 이해는 본작만 즐겨도 가능하지만 시리즈 전편을 해 보지 못했다면 세계관이나, 배경 지식을 이해하기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스카이림 유저들이 자체 제작한 수많은 모드가 있어서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게임으로 변신(?)시켜 줄 수 있다. 모드만 보자면 돈 값을 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D&D 계열의 정통 RPG에 비하면 생각없이 부담없이 쉽게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요즘 D&D 게임이 나오기는 하나…?)


한 줄 요약: 파티플레이만 강요하는 MMORPG에 지쳐 있다면 꼭 해봐야 하는 명작.

Bastion

분위기로만 봐서는 롤플레잉인데, 사실은 액션 모험 게임. (어차피 주인공 캐릭터 하나 뿐이고…)
부피는 작지만 그래도 내용은 나름 알찬 편이다.
그래픽은 카툰 분위기이고 캐릭터 디자인은 귀엽다는 느낌. 요구 사양도 낮은 편이다.
사용 가능한 무기가 다양하지만 실제로 소지 가능한 것은 겨우 2개 뿐이다. 스킬이 있긴 하나 대부분 패시브 능력치 증가라 체감이 거의 안 되어서, 거의 없다시피하다. 나름 필살기도 있지만 초반에 3개, 후반 5개로 개수 제한이 있는 Black Tonic이라는 아이템을 소지하고 있어야 사용 가능한데다, 위력도 별로 좋진 않은 편이다. (써 놓고 보니 필살기라기 보다는 그냥 보조 스킬이라고 해야 하나…)
적들이 의외로 빠르게 공격하는 것에 비해, 무빙 시의 이동 속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약간 답답할 수 있다. 스토리의 경우 영어의 압박에 하도 뜬구름 잡는 내용이라 이해가 어렵다. 대사도 하나 없고 그저 어떤 아저씨의 나즈막한 나레이션 뿐. 게임 자체가 심플하고 분위기는 나름 독특해서 생각없이 진행하다보면 엔딩은 무난히 볼 수 있긴 하다.
스팀에서 아주 싸게 팔면 구입해볼만 하지만 구입을 적극 추천하기에는 어려운 편.


한 줄 요약: 시간이 남아돌면 해 볼만 하다.

Darksiders II

전작이 매우 괜찮은 게임이었는데, 후속작인 이번 작품은 약간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무기나 방어구가 다양해진 것은 장점이지만, 유용한 아이템 옵션은 어차피 몇 가지 뿐이고 대부분이 쓰레기라서 아이템 수집 노가다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어차피 조합 무기만 쓰게 되어서 다양한 아이템이라는 의미가 약간은 퇴색된 감이 있다.
각종 스킬도 있고 스킬 트리도 있긴 한데, 진행하다 보면 평타로 된 연속기만 주로 쓰고 스킬은 별로 안 쓸 때가 많다.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픽은 평이한 편이지만 캐릭터 디자인의 개성은 매우 좋다. 딱 보면 "이건 다크사이더스야!" 라는 느낌. 거대 보스전도 있고, 보스마다 패턴 파악해서 약점을 찾는 재미도 있다.
전작처럼 퍼즐이 게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전작보다는 비교적 쉽다. 국내외 게이머들도 대체로 쉬워졌다는 의견에 수긍하는 분위기. 그렇지만 퍼즐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려울 수 있다.
전작의 주인공인 War의 스토리는 괜찮았는데, 이번엔 '돌다보니 제자리'인 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편이다. 주인공인 Death의 카리스마가 아깝기도…


한 줄 요약: 액션 게임을 좋아하면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해볼만한 수작.

Torchlight II

전작에 비해 화면이 매우 넓어졌다. 분위기도 더 이상 지하 던전만 파진 않았기 때문에 화사해진 편이다.
아이템이 매우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다. 세트 아이템 한 번 모으려고 열심히 노가다를 해도 그 세트를 모으기 전에 다른 세트 조각으로 온 인벤이 도배가 된다. 그렇다고 인벤토리나 창고가 넓은 것도 아니고… 제작진의 상당수가 전 디아블로 제작진이어서, 전작도 그랬지만 게임의 분위기가 디아블로 2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좋게 말하면 새로운 디아블로, 나쁘게 말하면 디아 베낀 게임. (…) 그런데 아이템의 종류나 옵션이 지나칠 정도로 많고(한 마디로 쓰레기템이 많다는 뜻) 디아블로와 같은 재미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웃랜더 정도가 그나마 디아블로의 로그·아마존 분위기가 나면서 할만하고 근접형 직업들은 워리어·팔라딘 타입인데 스킬이 재미있다거나 화끈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이 그 자체이다. 전작의 디스트로이어는 어느 정도 바바리안 느낌이 나면서 괜찮았는데,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디아블로 3보다 100배 낫다라는 소수의 의견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의 의견인듯. 그렇지 않다면 디아3는 망하고 이 게임이 히트를 쳤어야…
진행하다보면 지루해지는 것이 최대의 단점. 전작의 지루함만 개선했다면 그래도 좀 할만했을텐데 이번에도 역시라...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웬만해서 게임 중에 졸진 않는데 토치라이트 플레이 중에 여러 번 졸았다. (…) 스토리라도 재미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별 감흥없는 스토리라 더더욱…


한 줄 요약: 전작에 비해 뭔가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역시나 하다보면 지루하다.

Dead Island

특이하게도 좀비물을 FPS로 구현한 명작. 보통 좀비물하면 바이오 해저드(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데드 라이징처럼 썰고 터뜨리고 뭉개는 좀비무쌍(..) 학살 게임이 되기 쉬운데, 이 게임은 1인칭 FPS라 호쾌한 액션이 아닌, 매우 사실적인 게임이 되었다.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항상 주변을 둘러봐야 하는데다, 이 게임의 좀비는 느긋느긋 기어오는 것이 아니고 겁나게 빠른 속도로 닥돌해오기 때문에 상당한 공포감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전반적인 분위기가 현실 지향적이다. 무기에 내구성이 있어서 몇 번 사용하면 파괴되고 스태미나가 떨어지면 지쳐서 공격이나 도망 불가인 상황도 생기고, 적들에게 포위된다거나 뒷치기(?)를 당하는 등 심장이 쫄깃해지는 압박감도 느낄 수 있다.
필수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퀘스트가 있지만, 서브 퀘스트가 다양하고 맵도 매우 넓은 편이라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어서 자유도가 꽤 있는 편이다. 각 퀘스트에 보상도 있고 경험치도 주고, 퀘스트를 의뢰하는 인물마다 짧은 스토리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직업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캐릭터마다 특화된 무기와 스킬 트리가 있다. 나이프가 주특기인 남자, 둔기를 쓰는 흑형, 총기류 전문화의 흑인 여성, 도검류가 특기인 동양인 여성 중 한 명을 선택해 진행해야 한다. 스킬 트리는 각 캐릭터의 무기에 맞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나이프를 쓰는 남자는 던지기의 사거리를 늘리는 스킬이 효율이 좋고, 총기를 쓰는 여성은 재장전 시간을 빠르게 해주는 스킬을 찍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게임 특성상 스킬 트리는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생존형이냐 공격형이냐로 분류되는데, 이런 스킬 트리를 선택하면서 캐릭터를 키워가는 맛이 괜찮은 편이다. (특전 같은 것이 없어도 2~3회차 플레이가 할만하다는 뜻)
그래픽도 괜찮은 편에 스토리 구성도 나름 참신하게 잘 되어 있어서 게임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져 전반적인 몰입감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 줄 요약: 좀비를 좋아하지만 학살이 지겹다면 꼭 해봐야 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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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스페셜 쿠니오군의 시대극이다 전원집합!

제목이 참 길다. 원문은 ダウンタウンスペシャル くにおくんの時代劇だよ全員集合! 줄여서 그냥 열혈시대극.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즐겨했던 게임이다. 아마 혼자 했다면 몇 번 해보고 말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의 묘미는 게임 전반에 걸친 수많은 필살기와 어우러진 개그 요소이다. 최대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두 명이 동시에 진행할 경우 막장(?) 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높고 개그 요소와 결합되어 미친듯이 재미있다.
단점은 왜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 제작사가 (지금은 사라진) 테크노스 저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옛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BGM도 캐릭터들의 복장도 모두 일본 특유의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어를 잘 모르면 스토리 진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것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영문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어에 약하다면 영문판이라도 해볼만 하다.)

개그 요소

필살기

필살기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지만 특히 웃긴 것들
인간 어뢰: 온몸을 회전하며 적을 향해 닥돌, 닿기만 해도 적들은 다운되며 멀리 날아간다. 제대로 맞으면 연속으로 타격을 받는다.
스크류: 점프 시 몸을 말아 구르며 닿는 적들을 다운시킨다.
야마다의 술법: 맵 안에 있는 모든 물체를 공중에 띄운 후, 적들을 향해 던진다. 일명 초능력.
짓밟기: 다운된 적에게 다가가 점프하면 그대로 밟아 뭉갠다. 짓밟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밟는다.
박치기: 돌진하며 박치기. 닿은 적은 다운되거나 날아간다.
슈퍼 점프: 정확한 기술 이름을 몰라서 임의로 붙인 이름. 점프를 하고 있으면 화면 밖을 벗어날 정도로 높게 점프한다. 거의 날아오르는 수준.

사물

손수레: 손수레를 잡고 달려갈 수 있는데, 부딪히면 다운된다. 다운된 적을 향해 손수레로 밀면 적들이 납작 오징어(?)가 된다.
바위, 돌멩이, 죽창 등: 맵 곳곳에 이런 물체들이 떨어져 있는데 주워서 무기로 쓰거나, 던질 수 있다.
물통: 던져서 적에게 씌울 수 있다. 물통을 머리에 뒤집어 쓴 적은 멘붕 상태가 되어 온 맵을 뛰어다닌다.

지형

용암: 빠지면 큰 피해를 입으며 자동으로 점프한다.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다운되면서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빙판길: 달릴 경우 미끄러져서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적들도 마찬가지.
진흙탕: 달리기 시작할 때 딜레이가 있다.
사막: 진흙탕과 빙판길이 섞인 지형
바다, 폭포, 수로: 물길이 이동 속도를 저하시킨다.

짧은 평가

전작인 다운타운 열혈물어보다 필살기가 대폭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쉬워진 난이도와 더욱 다양해진 적, 그리고 지형 요소와 개그가 조화되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일본색 짙은 배경음과 디자인을 견뎌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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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의 추억 이야기

Rampage

그 옛날 인터넷도 없고 PC를 가진 친구도 거의 없던 시절, 우리집에서 접대용으로는 초대박이었던 게임.
괴수 3마리를 움직여 고층 건물을 파괴한다는 심플한 내용의 게임이었지만, 무려 3인 플레이가 가능하고1 인간을 잡아 먹어(!) 체력을 보충한다는 다소 엽기적인 장면도 있다.
여차하면 친구끼리 서로를 공격해 먹는 막장 상황도 생길 수 있어서 우정 파괴 게임이 되기도 했다.


Zeliard

저주를 받아 석상이 된 공주를 구하러 용자 출동~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액션 게임이지만, 게임성만큼은 꽤나 훌륭했다. 당시엔 부드러운 동작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게임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젤리아드의 애니메이션은 매우 자연스럽게 보였고 액션성도 뛰어났다.
주인공 용자는 주무기로 검을 쓰는데, 초반엔 검신이 짧아 공격 거리의 압박감이 있지만 진행하면서 새로운 검을 얻을 수 있고 새롭게 얻는 검의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사용 회수의 제한이 있긴 해도 꽤 여러 종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지형의 악영향을 막아주는 특별한 장화 아이템도 있었다.
게임 맵은 초반은 그럭저럭 생각없이 진행이 가능하지만, 후반부는 거의 미로 수준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이동은 항상 던전을 통해야만 해서 약간 불편한 편. 그리고 던전 곳곳에 있는 동굴 입구의 문과 출구의 문이 달라 헤메기 쉽다. 거기다 잠겨 있는 문을 열기 위해 맵의 구석구석을 뒤져 열쇠도 구해야 하고, 특정한 장소에서는 바람이 불어 강제로 이동시키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까지 있어서 난이도가 꽤 있는 편.
비프 음2으로 사운드를 구현했는데, 그 멜로디는 지금까지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배경음이 워낙 좋아서 비프 음으로도 꽤 괜찮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사운드 카드로 젤리아드의 배경음을 들을 때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외에 몬스터도 상당히 다양한 편이고, 몬스터들이 떨구는 Almas라는 물체가 있는데, 이것들을 돈으로 바꿔주는 은행이 있다. 특이하게도 은행에서는 돈의 입·출금이 가능하다.


Prince of Persia

'시간의 모래'라든지 '전사의 길'이니 하는 후속작들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게이머치고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신작이 더 이상 없어서 요즘은 있을지도? 젤리아드와 함께 세트로 기억나는 게임이다. 왜 세트로 기억나냐면 부드러운 동작 때문이다. 이 게임은 당시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매우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주는데, 이것만 보자면 추억의 게임 중에서 Top 1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점으로 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동 중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하면, 전환이 바로 되지 않는 지연 시간이 있다. 이동 방향을 전환할 때 추가적인 몸의 동작이 있기 때문이다. (일명 상체 돌리기!) 하지만 그만큼 동작이 현실성 있게 보인다.
적과의 전투도 이런 부드러운 동작을 기반으로 하는데, 연속 공격이 되지 않는데다 함부로 적을 공격하다가는 반격을 당하기 쉽다. 때문에 전투는 '반격 후 공격'이라는, 약간은 수동적인 진행을 해야 하고 나름의 긴장감도 있다.
이 게임도 PC 사운드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 나왔기 때문에 비프 음으로 사운드를 구현했다. 하지만 타이틀 화면이나 엔딩 외에는 효과음만 있고 배경음은 없다.


Night Hunter

상당히 오래된 고전 게임이다. 이 게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 나의 XT에서는 램 부족3으로 실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 인생 최초로 램을 업그레이드 하게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_-;
요즘 같아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당시에는 요구 사양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예 실행 불가인 경우가 상당히 자주 있었다. 특히 XT에서 286으로, 286에서 386으로… 이렇게 세대가 변하는 시기에 출시되는 게임이 그랬다.
아무튼, 게임 내용은 매우 단순한데, 주인공 뱀파이어를 움직여 출몰하는 인간들을 흡혈하고, 스테이지의 끝까지 가야 한다. 흡혈을 당한 인간은 뼈다귀가 되어 녹아 내린다. 등장하는 적들이 다양한 편인데, 활을 쏘는 궁수가 약간 까다로운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 뱀파이어는 변신이 가능해서, 박쥐로 변해서 날아다니기도 하고, 늑대인간이 되어 파워를 높일 수도 있다. 이상하게도 이 게임은 내가 엔딩을 보지 못한 게임이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난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Thexder

이 게임이 기억나는 이유는, 사촌 형의 집에 놀러갈 때만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 형은 MSX를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카세트 테이프4로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만큼은 테이프가 아닌 게임 팩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게임도 배경 음악이 꽤 기억에 남는데, 타이틀 화면에서 무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흘러 나온다. 물론 그 당시에는 월광을 몰랐고, 게임 오버 상황에서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우울한 음악이라는 기억만 있었다.
주인공인 인간형 로봇을 움직여 적기를 파괴하고 스테이지의 끝까지 이동하면 되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게임성은 상당했다. 맵은 당시 나에게는 미로 수준이었고, 적으로 등장하는 물체들은 어렵기만 했다. 좁은 통로는 전투기로 변신하여 지나가야 하는데 넓은 장소에서는 로봇으로 변신하여 닥돌하는 적기를 파괴해야 한다. 전투기로 변신한 상황에서는 직선으로 이동하는 미사일로 전방 공격만 가능하다는 페널티가 있다. 로봇 형태에서는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지만 점프 높이가 낮아 탐색 가능한 장소가 많지 않다.
그리고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의 묘한 쾌감(?)이 있었다.




  1. 키보드에서 여러 개의 키를 동시에 누르면 어떤 입력도 먹히지 않는 현상이 있다. 여러 개의 키 입력을 동시에 입력받을 수 있는 Rollover라는 기능이 없기 때문인데,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에서나 이런 기능이 있다.

  2. 비프 음은 컴퓨터를 켤 때 한 번 정도, 또는 하드웨어에 어딘가 이상이 생겼을 때만 울리는 삐~익 소리인데, 이런 소리로 무려 배경음이나 효과음을 구현했다. 이 시절의 PC에서 사운드를 들으려면 애들립이나 사운드 블라스터라는 사운드 카드와 스피커 한 세트가 있어야 했는데, 컴퓨터에서는 사운드 시스템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였고 고가였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3. 정상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 최소 640kb 이상의 메모리가 필요했다.

  4. 카세트 테이프를 끝까지 돌려야만 로딩이 끝나고 뭔가를 해 볼 수 있어서 그 기다리는 10~20여분의 시간이 너무나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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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를 만난 때가 아마도 PC를 새로 구입했었던 2년 전 쯤이다. 그래픽 카드를 나름 최신으로 바꿨으니 새로 구입한 PC가 얼마나 성능이 나오는지도 궁금해서 신작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접한 것이 바로 데드 스페이스였다. 이 게임을 먼저 접했던 유저들이 극찬을 하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해봤다가…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다. 한 마디로, 연출력 끝판왕인 본격 호러 SF 게임이라고 할까.


배경이 우주의 어느 한 공간이었고 시대 배경이 먼 미래인, 고만고만한 SF 게임인 줄 알았는데… 영화나 게임을 통틀어, 여지껏 경험했던 호러 물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것은 그냥 공포 그 자체였다. 어쩐지 게임 실행 후 처음 나오는 배경 음악도 무지하게 음산했다. 동요로 익숙한 '반짝 반짝 작은 별' 노래가 이토록 무서울 수 있을까. 마치 제 정신이 아닌듯한 여성의 나즈막한 노래 가락이 우주 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배경음은, 들을수록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게임을 접한 처음엔 그 노래가 나오는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좀 음산하다 싶은 정도였다. 플레이 타임이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한 번에 엔딩까지 쉽게 볼 수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진행하다 보니 타이틀의 배경음을 자주 들을 수 밖에 없고, 들을수록 공포가 더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데드 스페이스의 공포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괴물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사실적인 그래픽과 움직임이 잘 조합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괴물들은 죽은 시체에서 생기기도 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괴물로 변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괴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괴물들은 당연히 툭 튀어나와 기습도 하고, 닥돌하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도 공격해 온다. 2회차에서는 패턴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싱겁겠지만, 1회차에서 괴물의 공포는 단연코 압도적이다.


게다가 괴물들은 잘 죽지도 않는다. 각 괴물은 모두 약점을 갖고 있는데, 이 약점 부위가 모두 다르고 약점이 아닌 곳을 쏘면 데미지가 거의 없다. FPS나 TPS 장르의 게임에서는 보통 적의 머리를 노리는 헤드샷을 하기 마련인데,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이 게임의 괴물들은 머리가 약점이 아니라 팔다리 또는 촉수, 몸의 특정 부위이다. 따라서 헤드샷이 아니라 사지절단을 하게 되는데, 괴물의 다리를 잘라 이동성을 저하시킬지 아니면 팔이나 촉수를 잘라 공격력을 떨어뜨릴지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공격해야 한다. 어물쩡 거리다가는 큰 데미지를 입거나 붙들리게 되는데 당황하다 바로 주인공의 사망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주인공의 사망 장면이 상황이나 괴물에 따라 모두 다르다!)


적들의 시체를 훼손시킬 수 있는 몇 몇 게임(솔저 오브 포춘 같은)이 있긴 한데, 데드 스페이스처럼 세밀하게 절단이 되는 게임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일정 수준 이상은 절단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팔다리가 다 잘린 몸통을 두 조각으로 더 자를 수는 없다.



사운드

두 번째는 단연코 사운드라고 하겠다. 첫 번째가 되지 못한 이유는, 그래픽이 허접하면 사운드가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데드 스페이스는 장르 특성상, 배경음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사실 배경음이 있는데 기억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포에 떨기 바빠서 -_-) 대신 효과음은 엄청난데, 괴물이 나타날 때나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 호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현악기와 금속성의 시끄러운 울림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괴물의 으르렁거림, 생존자들의 처절한 음성, 통신으로 흘러나오는 긴박한 메시지 등… 공포 영화의 향연 그 자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이, 무중력 공간과 텅 빈 우주 공간으로 진입할 때 주인공의 숨소리 외엔 모든 사운드가 사라지고 몽롱한 효과음만이 난다는 것이다. 우주복 안에 갇혀 있고 산소는 떨어지고, 압박감과 공포감이 말 그대로 장난 아니다.

실시간 진행

또 다른 요소는 게임 진행이 완전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게임 내의 상점을 이용할 때나, 현재 나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할 때, 특정 물체를 움직인다거나, 자동으로 진행되는 이벤트 장면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 쪽에서는 긴장감을 더 주기 위해 무기의 탄약량이나 체력 바를 화면 한 공간에 따로 배치하지 않고, 게임 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 (체력 바는 입고 있는 복장의 척추 부분에 표시되고, 탄약은 각 무기의 홀로그램에 표시된다.) 이 부분은 적응하기 나름이고 게임을 진행하던 당시의 나에겐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인벤토리 제한

인벤토리의 압박도 한 가지 요소가 될 듯 싶다.
이런 게임은 나름 현실성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장비나 탄환, 심지어는 돈까지 부피를 가진 아이템으로 취급되고, 수납할 공간을 필요로 한다. 공간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몇 칸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항상 공간 부족에 허덕이고 상점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심적 부담감도 공포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등장 인물

어째서인지 이 게임에서는 멀쩡한 인간이 한 명도 없다.
게임 내의 등장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부상을 입고 나타나는데, 얼마 못 가 죽는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거나 완전히 미쳐 있고, 심지어는 자살(!)도 한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을 공격해 오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게임 분위기나 스토리에 맞게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나 대사 같은 부분이 매우 잘 짜여 있다.

그래픽과 최적화

그래픽은 별로 논할 거리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게임 좀 해봤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크라이시스의 그래픽을 최고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그래픽만을 추구한 나머지 성능을 잃어버렸다. 출시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게이머가 크라이시스의 고품질 그래픽을 감상하면서도 부드럽게 즐겼을지 의문이다. 당시 최고 사양 PC에서도 끊긴다고 할 정도였으니… 내 PC가 20 프레임도 뽑아주질 못해 그 당시에는 정상적인 진행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FPS나 TPS의 장르에서는 프레임이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데드 스페이스는 그래픽과 최적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괴물의 디자인이나 피부나 각종 물체의 질감, 벽면의 SF스러움 등 나름 실제감을 잘 표현했고, 무엇보다 최적화가 뛰어난 편이다. 출시 당시 약간 저사양 PC에서 플레이를 해보니 30 프레임 이상 나와줘 끊기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로딩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철로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표시해주는 스크린 장면을 보여주는 동안에 다음 맵을 로딩하는 것은 굿 아이디어였다.) 이런 장르의 게임은 특성상 로딩이 생기거나 프레임이 끊기는 경우가 자주 생길수록 공포감이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제작진이 매우 신경을 썼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맵 디자인도 매우 잘 되어 있다. 특히 좁은 공간이나 작은 연구실의 실제감, 공간감이 좋은 편이다. 잠깐 경험해 볼 수 있는 무중력 장소라든지, 우주 공간의 표현(특히 사운드!)도 좋은 편이다. 제작진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를 무섭게 할 수 있을지 깊게 연구한 것 같다.

빛이나 그림자 연출도 사실적으로 잘 되어 있다. 어두운 곳이 많긴 하지만, 광원을 적당히 배치해 두었다. 전기가 지직거리는 표현이나, 각종 기계 장치 사이 사이에 보이는 거대한 광선도 게임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잔혹한 표현도 매우 사실적이다. 피가 튀는 것은 기본이고, 위에서 언급했던 괴물들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사지절단 잔혹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쏘고 썰고 밟고 터뜨리고… 이런 잔혹 요소가 한 가득이다.

한 줄 요약

공포나 고어 장르를 좋아하는 액션 매니아라면 데드 스페이스는 꼭 한 번 해봐야 할 명작이다.




이 글은 본격 리뷰가 아니라, 데드 스페이스의 공포 요소에만 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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